제82화

차건우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아라가 저를 오해해서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아라를 탓할 수는 없어요. 제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니까요.” 아무런 변명 없이 곧장 자기 잘못을 인정하자 서윤정은 오히려 그에 대한 호감이 더 깊어졌다. 그녀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차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아라의 엄마야. 그동안 해외에 있다가 이번에 잠시 S시에 들어왔어. 아라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그 소식을 아라 아버지에게 전해드리려고.” 서아라의 아버지는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어 당장 귀국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건우는 낮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모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에서 이야기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그의 말투와 태도엔 재벌 2세 특유의 오만함이나 무례함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결혼식에 서아라 가족이 왜 오지 않았는지 묻는 실례되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런 배려가 오히려 서윤정을 더욱 편안하게 했다. “너무 격식 차리지 마. 아라처럼 그냥 나를 엄마라고 부르면 돼.” “네.” 차건우는 정중히 대답하며 서윤정을 별장 안으로 안내했다. 그 뒤를 따르던 서아라는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차건우에게 경계하듯 물었다. “차건우,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차건우는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네가 급히 떠나는 걸 봤어. 불렀는데 대답이 없길래 차로 따라왔지.” 사실 그는 서아라에게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었지만 그녀의 다급한 발걸음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뒤따랐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서아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리 엄마 몸이 안 좋으니까 엄마 앞에서는 아무 말이나 하지 마. 안 그러면...” 서아라가 어머니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려 핑계를 만들던 참에 차건우가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었다. 차건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안 그러면 어쩔 건데?” 서아라는 그를 흘긋 보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민 씨가 내 서류를 바꿔치기하고 우리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