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예전의 서아라는 비굴하고도 쉽게 다루어지던 사람이었다.
차건우가 조금만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주면 그녀는 마음속 전부를 그에게 내어주고 싶어 했다.
차건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지민이랑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
서아라는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
“믿을 수 없어. 나랑 이혼하고 하지민이랑 다시 결혼할 생각 단 한 번도 안 해본 적 없어?”
차건우는 얇은 입술을 꾹 깨물며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만으로도 서아라는 그의 속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차건우, 나 불편해. 이제 좀 떨어져 줄래?”
차건우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결국 천천히 손을 놓아주었다.
서아라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방을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차건우가 다시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물었다.
“어디 가는 거야?”
“지금 우리 사이로는 도저히 한 공간에 있을 수 없어.”
서아라의 속눈썹이 떨렸다.
“난 게스트룸에서 잘게.”
차건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가 각방 쓰면 엄마가 눈치채실 거야.”
서아라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눈치채면 눈치채는 거지. 어차피 곧 알게 될 일이야. 다만 요즘 몸이 안 좋으셔서 당장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차건우는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난 널 절대 건드리지 않아.”
서아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차건우 씨, 당신에 대한 제 신뢰는 이제 거의 제로예요.”
차건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
“난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아.”
서아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약속을 어긴 적은 없지. 왜냐하면 나랑 약속 자체를 거의 안 했으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결국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좋아요. 그 약속, 꼭 지켜요.”
두 사람은 이미 조건부 합의를 본 상태였다. 서아라는 하지민이 의도적으로 서류를 바꿔치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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