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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똑똑.” 바로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라야, 엄마가 아침 준비 다 해놨으니 내려와서 아침 먹자.”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서아라는 허둥지둥 셔츠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급히 내려오다 중심을 잃고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 차건우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부축하려 손을 내밀었지만 서아라는 재빨리 그의 손을 피해 버렸다. 더는 이 방에 한순간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안에서 아무 대답이 없자 문밖에 있던 서윤정은 이상하다는 듯 다시 말을 건넸다. “아라야, 일어났니? 더 자다간 지각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엄마, 방금 일어났어요. 세수하고 바로 내려갈게요.” 서아라의 모습을 본 서윤정은 순간 놀라 멍하니 딸을 바라보았다. 셔츠는 어딘가 어설프게 잠겨 있었고 입술은 부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막 사랑을 나눈 듯한 흔적이 역력했다. 경험 많은 서윤정은 단번에 상황을 눈치챘고 자신이 딸의 좋은 시간을 방해했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졌다. “엄마는 네가 회사 늦을까 봐 부른 건데... 먼저 일 보고 있어. 엄마는 내려가 있을게.” 당황한 서윤정은 말을 더듬으며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방에 다시 들어섰을 때, 차건우는 이미 옷을 다 갖춰 입은 채 차분하고 멋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녀가 돌아오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씻고 내려와. 난 먼저 내려갈게.” 서아라는 그와 마주 앉아 대화할 기분이 아니었다. 말없이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차건우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방을 나섰다. 그가 떠난 뒤, 서아라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았다. 입술은 아직도 붉게 부어 있었고 셔츠 단추는 어긋나게 채워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엉망이었다. 그제야 어머니가 아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은 서아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눈을 감는 순간, 차건우와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얽혀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만약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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