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서아라는 순간 몸이 굳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차건우 씨,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그녀는 표정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차건우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했다.
차건우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서아라는 본능적으로 거절했다.
그때, 옆에 있던 서윤정이 나섰다.
“아라야, 건우가 데려다준다는데 그냥 같이 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
서윤정은 서아라가 차건우에게 냉담한 이유를 단순한 부부싸움 탓이라 여긴 듯했다.
서아라는 거절하려다 어머니의 기대에 찬 눈빛을 외면하지 못해 결국 말없이 현관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차건우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서아라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차건우,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이렇게 하면 엄마가 우리 사이 의심하지 않으실 거야.”
말은 그럴듯했지만 불과 며칠 전 일을 떠올린 서아라는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불쾌함을 느꼈다.
몇 번이고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차건우는 단단히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뒤에서 서윤정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기에 서아라는 더 이상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결국, 차건우의 손에 이끌려 집을 나섰다.
손가락이 맞닿은 짧은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차건우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손을 먼저 잡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친밀해서 오히려 낯설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서윤정은 현관까지 따라 나와 두 사람을 배웅했고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나가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서아라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차건우, 너 약속 어긴 거 알아?”
차건우는 눈꺼풀을 천천히 깜박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응?”
그가 모르는 척하자 서아라는 더욱 화가 났다.
“어젯밤 나 안 건드리겠다고 약속했잖아.”
차건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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