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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고서준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서윤정과 서아라를 향해 인사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아라야, 안녕.” 이내 그의 시선은 차건우에게 옮겨졌다. 마치 이 자리에 그가 함께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고서준은 조금도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 “차건우 씨, 오셨네요.” 차건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서준 씨.” 지난번 만남이 떠올랐다. 그때 고서준은 서아라를 대신해 앙갚음을 해주었고 그 일로 서아라는 고서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고서준과 차건우는 서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서아라는 두 사람이 마주칠 일이 없도록 조심했고 같은 자리에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결국 만나서는 안 될 두 사람이 한자리에 마주하고 말았다. 서아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자신은 이미 결혼한 몸인데 어머니가 아직도 고서준과 자신을 이어주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설령 그렇다 해도 왜 하필 이 자리에 차건우까지 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서윤정을 힐끗 바라보았다. 서윤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는 듯 눈짓을 보냈다. “자,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고서준이 미리 예약해 둔 곳은 조용한 룸이었다. 네 사람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서윤정은 먼저 고 회장의 근황을 묻고 고서준의 부모님 건강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질문했다. 고서준은 차분하고 성의 있는 태도로 하나하나 대답했다. 그때,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서윤정은 메뉴판을 차건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랑 아라는 취향이 비슷하니까 아라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시키면 돼.” 서아라는 순간 미간을 살짝 좁히며 어머니의 의도를 눈치챘다. 서윤정은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다정한 분위기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을 던진 것이다. 차건우가 서아라가 좋아하는 음식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불현듯 지난번 식사 자리에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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