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한서준은 미간을 꾹 누르며 문질렀다. 가슴속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공허함이 온몸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서준은 손을 한번 내저어 가사도우미를 물러가게 했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한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초아는?”
가사도우미가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정초아 씨는... 오늘은 아예 집에 안 들어왔어요.”
한서준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옆에 널려 있던 넥타이 하나를 아무렇게나 집어 목에 걸고 매더니, 말없이 집을 나섰다.
한성 그룹 본사, 프로젝트 2팀 사무실.
“이, 이게 제가 어제 말한 최종 데이터 보고서가 맞아요?”
프로젝트 팀장이 방금 출력된 서류 뭉치를 움켜쥔 채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정초아 자리 쪽을 향해 낮게 윽박질렀다.
“이건 지난주 초안이잖아요! 계산 오류까지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정초아 씨, 어제 오후에 분명히 말했죠? 최종 검토 끝난 버전 달라고요. 귀가 안 들려요?”
정초아는 작은 손거울을 들고 느릿느릿 입술에 립스틱을 덧바르고 있었다. 말이 들려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 잘못 들었나 보죠 뭐. 파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름도 다 비슷비슷한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어느 게 초안이고 어느 게 최종인지.”
“구분이 안 되면 물어라도 봤어야죠! 안 그래요?”
프로젝트 팀장은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지금 정초아 씨가 엉망으로 만든 이 보고서 때문에 우리 팀이 오전 내내 분석한 거 다 물거품 됐어요! 고객 쪽에서는 곧 자료 내놓으라는데 이걸 어쩌라는 겁니까?”
“어쩌긴 뭘 어째요?”
그제야 정초아가 립스틱을 내려놓고 의자를 돌렸다. 얼굴에는 마치 남의 일 구경하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 건 프로젝트 팀장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겨우 저 같은 신입이 책임질 일이에요? 어차피 한 대표님도 아무 말 안 하시는데, 왜들 그리 예민하세요?”
이 대놓고 건방진 태도에 주변 직원들 눈빛이 단번에 싸늘해졌다. 오래 쌓여 있던 불만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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