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한서준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비틀비틀 걸어 대표실로 돌아왔다.
문을 밀자마자, 한서준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책상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정초아였다.
정초아는 숨길 생각조차 없는 비웃음을 얼굴에 대놓고 짓고 있었다.
“기분 어때? 우리 한 대표님.”
정초아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한서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자기가 키운 개한테 물리고, 이사들한테 몰려서 왕좌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질 기분은... 참 끔찍하겠지? 응? 이제 와서 후회돼? 그때 날 그냥 죽여버리지 못한 거 말이야.”
정초아는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쉽지? 이게 바로 네가 건드린 사람에게 돌아오는 대가야.”
한서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예 들리지도 않는 사람처럼, 무표정으로 책상 뒤까지 걸어가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바로 그때 박 비서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초아를 잠시 바라본 박 비서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곧 한서준에게 다가와 거의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대표님... 예전에 말씀하신 그 건 말입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파보라고 하셨던... 고 한 회장님 부부 사고 전후의 모든 기록과, 정초아 씨 그리고 정씨 가문의 움직임 말입니다. 새로운 증거가 나왔습니다.”
박 비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확실한 증거입니다. 정씨 가문이 당시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되자, 정초아 씨의 아버지가 궁지에 몰려 그날의 사고를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박 비서는 숨을 깊게 들이켜더니 말을 이었다.
“정초아 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일을 돕기까지 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뭐라고...’
한서준은 그대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탁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한서준은 거의 기계처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박 비서의 얼굴을 살폈다.
차라리 농담이길 바라는 눈빛이었다.
한서준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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