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병원 의사들은 정초아에게 온갖 검사를 다 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팔에 얇게 긁힌 자국 하나, 잠깐 놀란 흔적 정도만 있을 뿐, 정초아는 멀쩡했다.
한서준은 팽팽하게 조여 있던 신경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가 바로 다시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한서준은 사람 그림자도 없는 복도 한쪽으로 정초아를 거칠게 끌고 가더니, 낮게 누른 목소리로 경고했다.
“오늘 묘지에서 네가 한 말, 한 짓은... 다 알고 있어. 다시는 선 넘지 마. 안 그러면...”
하지만 정초아는 전혀 겁먹지 않았고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번개처럼 뻗어 나와 한서준의 넥타이를 틀어쥐었고, 고개를 숙이게 했다.
붉은 입술이 차갑게 휘어 올랐고 눈동자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안 그러면 어쩔 건데? 지난번 계단에서처럼 날 벽에다 몰아붙이고 억지로 입 막을 거야?”
날 선 말들이 갈고리처럼 한서준을 할퀴었다.
한서준은 눈앞에 닿을 듯 가까워진 그 입술을 보는 순간,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거의 본능처럼 몸을 숙여 정초아의 입술을 거칠게 짓눌렀다.
난폭한 키스로 정초아의 미소를 억지로 찢어 버리듯, 숨이 막힐 만큼 세게 입술을 물고 당겼다.
두 사람의 숨이 거칠어질 즈음에서야 한서준이 번쩍 정신이 든 듯, 정초아를 와락 밀어냈다.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한서준의 표정이 굳어졌고 스스로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무언가 말하려 입을 떼려는 찰나, 정초아가 손등으로 입가를 한 번 훔치더니 더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한서준, 이제 연극 좀 그만하지 그래? 아직도 나 사랑하잖아. 이렇게 티가 나는데, 너 자신 말고 도대체 누굴 더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그 착한 아내도 눈이 멀지 않은 이상 진작 다 눈치챘겠지.”
“입 다물라니까!”
꼬리를 밟힌 짐승처럼 한서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
정초아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는 힘이 너무 세서 정초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한서준은 그대로 정초아를 끌어당기며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혀 안 두렵다는 거야? 진짜 다쳐 봐야 정신 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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