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심가은은 짧게 대답한 후 더는 묻지 않았다.
종업원이 카트를 밀고 와 음식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주문한 음식이 모두 올라오자 서민준이 먼저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육수에 담갔다.
그에게 강박증이 있었다. 재료를 넣고 건져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초 단위로 철저히 계산했고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심가은은 그의 이런 진지한 모습이 재밌기만 했다.
서민준은 데친 음식을 심가은의 그릇에 올려주었다.
그가 음식을 끊임없이 덜어주자 심가은이 손을 내저었다.
“이제 충분해요. 이렇게 많이 못 먹어요.”
하지만 서민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데친 고기를 그녀의 그릇에 담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여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남자친구에게 툴툴거렸다.
“흥. 우린 샤부샤부 먹을 때마다 항상 내가 데쳐서 집어주는데. 넌 한 번도 나한테 집어준 적이 없어. 가끔 나도 좀 챙겨주면 안 돼?”
여자의 투덜거림에 남자가 약간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내가 매번 계산하잖아. 그리고 우리 사귄 지가 몇 년인데 왜 아직도 그렇게 유난을 떨어? 내가 도우미처럼 네 시중을 들기를 바라는 거야?”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들은 심가은은 순간 멈칫했다.
인터넷에서 이런 말을 자주 봤었다. 여자에 대한 남자의 태도는 단계별로 다르다고.
연애 초반엔 남자가 아주 열정적이고 세심하게 챙기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뜨뜻미지근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결혼 후엔 아예 드러누워 아내가 챙겨주길 기다린다고 했다.
서민준이 아직 심가은에게 고백하지 않았고 썸을 타는 단계라 그가 더 많은 인내와 배려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둘이 정말 사귄다면 지금처럼 그녀에게 잘해줄까?
서민준도 나중에 백이현처럼 되지 않을까?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 서민준의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얼른 먹어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심가은은 잡념을 떨쳐내려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젓가락을 들고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 시각 집에 있던 민채현은 서민준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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