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하서림은 차 문을 열고 여유롭게 내렸다.
몸에 딱 맞는 고급 슈트 차림에 손목에는 값비싼 시계가 반짝였고 걸음걸이 하나에도 성공한 남자의 기세가 묻어났다.
“심가은 씨, 저랑 저녁 같이 하시죠?”
심가은은 얼른 거절했고 남의 가정을 깨뜨리는 사람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서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물었다.
“심가은 씨, 제 체면을 이렇게 무시하시는 겁니까?”
그러고는 손을 뻗어 심가은의 손을 잡으려 했다.
심가은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러섰고 하서림의 몸에서 풍기는 진한 향수 냄새는 오히려 불쾌감만 자극했다.
하서림은 심가은의 거부 반응에 얼굴빛이 달라졌고 금테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한층 서늘해졌다.
“심가은 씨, 일주일 동안 제 꽃을 받으셨잖아요. 그건 제 마음을 받아들이신 거 아닌가요?”
심가은은 어이없어 헛웃음을 삼켰다. 꽃에는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없었고 돌려주고 싶어도 그럴 방법조차 없었다. 이제 와서 그게 사귀는 걸 허락했다는 증거라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하 대표님.”
심가은은 차갑게 잘라 말했다.
“꽃값은 돌려드릴 수 있어요.”
하서림은 그 말에 얼굴이 굳어졌고 위에서 내려다보듯 오만하게 말을 이어갔다.
“심가은 씨, 제가 이렇게 정성껏 다가가는 건 오히려 체면을 세워 드리는 것이에요. 그러니 너무 강하게 나오지 마세요. 이 강성에서 제가 눈여겨 둔 여자를 못 가지는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심가은은 이런 부류의 남자를 잘 알고 있었다.
돈 몇 푼 쥐고 여자들을 강제로 휘두르려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인간들이었다.
심가은은 휴대폰을 꺼내 하서림의 카카오톡 계정을 찾더니 단호하게 송금했다.
“10만 원 보냈어요. 꽃값은 이걸로 충분하겠죠?”
물론 실제 값은 훨씬 넘을 테지만 심가은은 딱 이만큼만 내줄 생각이었다.
“너!”
하서림은 모욕감을 느꼈다. 아니꼬운 시선들이 주변에서 스쳐가자 당장이라도 심가은을 차에 태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지만 하서림은 꾹 참았다.
“심가은 씨, 제가 쉽게 물러날 것 같아요? 이 일은 여기서 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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