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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원지아는 예전에도 두 번이나 번호를 차단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대표님, 사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또 차단당한 것 같아요.” 그 말에 얼굴을 굳힌 백이현이 짧게 숨을 들이켜며 입을 열었다. “됐어, 네 번호를 차단할 정도면 별일 없을 테니.” 겉으론 태연했지만 남자의 눈빛 어딘가에 초조함이 번졌다. 하지만 그 미세한 흔들림도 곧 차갑게 가라앉았다. 잠시 후, 백이현의 시선이 옆에 서 있던 원지아에게로 향했다. “스타유 테크의 진 대표, 기억하지? 방금 그 인간이 협박 전화를 걸어왔어. 사람 시켜서 처리해. 며칠 구금하면 더 좋고. 날 만만하게 본 자식을 그냥 내버려둘 수야 없지.” 말없이 백이현의 얼굴을 바라보던 원지아가 입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번 일의 시작이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이 모든 게 누구의 잘못인지 알고 있었다. 백이현은 계약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스타유 테크의 특허 기술을 불법으로 빼앗았다. 그 결과, 진 대표는 막대한 배상금을 떠안고 회사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오죽하면 빚더미에 앉은 진 대표가 아내와 아이까지 잃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모든 걸 잃은 남자에게 남은 건 복수뿐일 것이다. 원지아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백이현의 수단은 위기에 몰릴수록 더 냉혹해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무너진 협력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 그 손으로 파국을 불러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백이현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원지아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비서인 그녀가 그를 설득해 봤자 백이현은 듣지도 않을 테니까. 한편, 심가은은 반쯤 의식을 잃은 채 불길 속에 갇혀 있었다. 거센 열기가 살갗을 핥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타는 냄새가 폐를 찔렀다. 붉은 연기 속에서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이 꺼져갔다. ‘이대로... 끝인가...’ 심가은의 의식이 점점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누구도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그때.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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