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6화

백이현은 저항할 수 없었다. 얼굴에는 싸늘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내 변호사를 부를 거야!” 변지호가 비웃었다. “변호사를 몇을 불러도 소용없어.” 그때 서민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백이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심가은 쪽으로 걸어갔다. 심가은은 모욕감과 두려움에 몸을 떨며 소리쳤다. “오지 마요!” 목소리가 갈라졌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구급차 불러줘요... 제발요.” 서민준은 그녀의 얼굴이 달아오른 걸 보고 바로 눈치챘다. 약을 먹인 데다 방금 백이현에게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무너져 있을 게 분명했다. 그는 자극하지 않으려고 몇 걸음 물러섰다. “알겠어요. 안 갈게요. 구급차 부를게요.” 서민준은 즉시 119에 전화를 걸었다. 곧 구급대가 도착했고, 심가은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가은은 여전히 서민준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몸의 통증을 참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이런 모습은 민준 씨가 보면 안 돼요. 제발... 민준 씨만은 안 돼요...” 그녀는 한때 그와 새로운 시작을 꿈꿨다. 하지만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그 앞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 백이현이 ‘시도’에 그쳤다 해도, 심가은은 더 이상 서민준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 쥐며 낮게 말했다. “지금은...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서민준의 목이 잠시 메었다. 깊은 자책이 가슴 깊이 차올랐다. “말해요.” 심가은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그 사람, 꼭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알겠어요.” 심가은이 떠난 뒤, 서민준은 돌아섰다. 경찰차에 오르려는 백이현 앞에 서서 눈빛을 내리깔았다. 백이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심가은은 나랑 이혼했어도 내 여자야. 서민준, 넌 절대 심가은을 얻지 못해.” 서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변지호는 말리지 않았다. 그가 분을 다 풀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이현이 연행된 뒤, 서민준은 경찰국으로 가서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는 백이현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