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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이번엔 주서연이 당황할 차례였다. “심가은 씨, 거기 서요. 감히 이현 오빠를 찾아가면 두고 보자고요!” 심가은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비웃듯 되물었다. “그래서 주서연 씨는 또 저를 괴롭히실 건가요?” 주서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강의표 다시 수정할게요.” 심가은은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 “그러면 수고 좀 해 주세요. 서연 씨.” 곧 새로운 강의표가 나왔고 이번에는 다른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심가은에게도 두 과목만 추가되었다. 동료들은 모두 심가은이 주서연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걸 보았기에 그 기세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원래라면 한마디 비아냥이라도 던졌을 강화영조차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점심 무렵, 심가은은 설지영과 함께 식사했다. 설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주서연이 계속 너만 콕 집어 괴롭히는데 내가 괜히 널 루인 아트 센터로 데려온 것 같아 미안하네.” 심가은은 고개를 저었다. “선배가 죄송해하실 일은 아니에요. 다만 저도 이제는 여기서 오래 버틸 생각은 없어요.” 설지영이 눈을 크게 떴다. “혹시 다른 계획이 있는 거야?” 심가은은 목소리를 낮췄다. “성 선생님 오케스트라에서 곧 단원 모집을 한다는 거 알고 계세요?” “너... 혹시 지원하려는 거야?” 심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에는 꼭 도전해 보려고 해요.” 설지영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 네 실력으로 루인에만 있는 건 아깝지. 더 큰 무대에 설 자격이 충분해.” 심가은은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래도 선배님은 기분 상하진 않으시죠? 기회 주신 건 선배님인데 제가 이렇게 갑자기 떠나면...” “에이, 무슨 소리야.” 설지영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사실 나도 몇 년 안에 독립해서 음악센터 차릴 생각이 있어. 네가 성 선생님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면 오히려 좋은 거지. 나중에 내가 차린 음악 센터가 열리면 간판처럼 도와줘. 그럼 우리 센터가 금세 유명해질 거야.” 두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웃음을 나눴다. ... 주말 아침, 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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