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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심가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백이현은 왜 이렇게까지 말을 못 알아듣는 걸까.’ “백이현, 이미 말했잖아.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아. 그러니까 헛된 기대는 하지 마.” 그러나 백이현은 심가은의 단호한 말도 흘려듣듯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병실 쪽을 흘낏 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그건 네 마음대로 안 돼. 난 네가 가장 약한 곳이 어디인지 난 알아. 앞으로 매주 어머님께 들를 거야. 어머님은 분명히 날 지지해 주실 거고 곧 네 마음도 바꿔 주실 거라고 믿어.” 백이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미련 없이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가은은 이를 악물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주서연을 좋아한다면서 왜 나한테 매달리는 건데?’ 병실 안에서 신정민은 포도를 내밀며 말했다. “이현아, 네가 예전에 제일 좋아하던 거잖아.” 백이현은 익숙하게 받으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어머님은 기억력이 참 좋으세요. 제 입맛까지 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당연하지. 네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잊을 리가 있니.” 신정민은 흐뭇한 눈길로 사위였던 백이현을 바라보았다. 한때는 휠체어에 앉아 있던 사위를 보며 딸이 고생할까 봐 걱정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두 다리로 멀쩡히 서 있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고 그 마음은 다시 호감으로 기울어졌다. 잠시 후 심가은이 들어서자 신정민은 무심히 물었다. “가은아, 너희 둘은 언제쯤 손주 소식을 들려줄 거니?” 바로 그때, 백이현이 아무렇지 않게 심가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심가은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저는 다 가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신정민은 그 말에 더없이 만족스러워하며 눈빛을 더욱 따뜻하게 했다. “무조건 가은이 말만 따를 게 아니라 서둘러야 해.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몸도 금세 회복이 되지.” 심가은은 차라리 백이현의 손을 잘라 버리고 싶을 만큼 불쾌했다. 점심시간, 세 사람은 병원 식당으로 향했다. 백이현은 수발이라도 드는 듯 국을 떠 주고 물잔을 챙겼다. 심가은은 그런 모습을 묘한 눈길로 지켜보았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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