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서이형은 마지막 프로젝트 문서에 서명을 마치고 책상 위 액자를 들어 올렸다. 사진 속 아내의 미소를 보며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도와야지, 왜 안 도와. 우리 엄마랑 네 형수님이 맨날 네 결혼 얘기만 하는데, 내가 안 도와줄 수가 있냐? 다만...”
그는 잠깐 멈췄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너는 사람이 왜 이렇게 답답하냐. 그렇게 조용히 뒤에서 다 해 주기만 하고 말도 안 하면 그 사람이 알겠어?”
예전에 그는 아내를 쫓아다닐 때는 세상 모두가 알길 바랐다.
서민준은 그와 정확히 반대였다.
“그건 형이 신경 쓸 일 아니야.”
서민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 사람은 형수님이랑 성격이 달라. 너무 요란하면 오히려 부담을 느낀단 말이야.”
서이형은 의미심장하게 “응”하고 대답했다
“상대방에 대해선 잘도 아네. 알았어. 이건 내가 처리할게. 별장 한 채 사는 게 뭐 어렵다고.”
일요일, 심가은은 병원에 어머니를 찾아갔다.
복도에서 백이현을 보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또 왜 왔어?”
그녀의 차가운 표정에도 백이현은 화내지 않고 오히려 다정히 다가와 손에 든 물건을 받아 들며 물었다.
“아침 먹었어? 아침밥을 샀는데, 네가 제일 좋아하는 빵도 있어. 먹어볼래?”
심가은은 그가 내민 빵을 밀어냈다.
“됐어. 배 안 고파.”
백이현은 이번엔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그럼 커피는?”
심가은은 냉랭하게 말했다.
“난 아메리카노도 안 좋아하고, 빵도 안 좋아해. 다음부턴 사 오지 마.”
“말도 안 돼. 예전엔 좋아했잖아.”
심가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좋아해서 그런 거지. 식탁엔 늘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 올라왔고, 커피도 당신 취향대로만 내렸잖아.”
백이현은 잠시 멈칫했다.
“그럼 네가 좋아하는 건 뭔데? 왜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
심가은은 비웃음을 띠고 말했다.
“그 집에선 다 당신 말을 들어야 했으니까.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백이현은 그제야 자신이 과거에 그녀를 제대로 대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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