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그래서 그녀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속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평소 냉철하고 이성적인 그였기에 이처럼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냉정을 되찾은 그는 후회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에게 그런 냉랭한 태도를 보인 것은 잘못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 후, 갑자기 차를 돌려 방금 헤어졌던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심가은은 이미 그곳을 떠나고 없었다. 그는 핸들을 꽉 움켜쥔 채, 알 수 없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사업에서는 그 누구보다 냉철하고 빈틈없는 그였지만, 사랑 앞에서는 그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내릴 수 없었다. ‘심가은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 심가은은 백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백이현이 앞치마를 두르고 나와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 “가은아, 오늘 일찍 왔네. 집사님한테 수프 끓이는 법을 배우고 있었는데, 잠깐만 앉아 있으면 먹을 수 있어.” 심가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신발을 갈아 신었다. 신정민 또한 주방에서 나와 질책했다. “가은아, 어쩜 그렇게 이현이한테 쌀쌀맞게 대하는 거야? 얼른 가서 이현이 좀 도와줘.” 심가은은 백이현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정민은 무작정 그녀를 주방으로 밀어 넣었다. 장미숙은 눈치 빠르게 말했다. “저는 밖에 나가서 테이블 닦고 수저 놓을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밖으로 나갔고 주방에는 백이현과 심가은만이 남았다. 백이현은 뚜껑을 열어 끓고 있는 오골계탕을 바라봤다. 그는 마치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물었다. “오늘 서민준이랑 밥 먹었어?” 심가은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미행한 거야?” 백이현은 뚜껑을 닫고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다정함은 사라지고 억압과 음울함만이 남아 있었다. “심가은, 너도 알다시피 내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 이번 한 번만 봐준다. 다음에 또 서민준이랑 데이트하는 거 걸리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장담 못 해.” 심가은은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