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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심가은은 주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신정민은 심가은의 손을 잡으며 타박하듯 말했다.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신정민은 심가은이 백이현과 좀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 그러나 심가은은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 그 사람이 내 거부에도 불구하고 나를 괴롭히는데, 엄마는 아직도 그 사람 편이에요?” 신정민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너도 참, 이현이도 널 사랑하니까 충동적이었겠지. 그걸 가지고 괴롭혔다고 할 수 있겠니?” 심가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정색하고 말했다. “여자가 싫다고 분명히 거부했는데도 남자가 강제로 행동하면 그건 괴롭힘이에요. 법적으로는 성추행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요.” 신정민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너는 왜 이렇게 고집이 세니?” 신정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부부 사이에 무슨 강제가 있어.” “우리 이혼했어요.” “이혼했어도 다시 합치면 되잖아. 너도 다시 들어와 살고 있잖아?” “엄마!” 심가은은 너무 힘들었다. 신정민은 눈을 끔벅이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몰라. 네가 이현이랑 다시 결혼하지 않으면 병원에 안 돌아갈 거야. 그러다가 내가 잘못되면 네가 책임져.” 심가은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내가 엄마 아픈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어떻게 그 사람 편을 들어서 나를 괴롭힐 수 있어요?” 신정민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나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네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면 돼. 너는 이현이랑 결혼해야 행복해질 수 있어.” 심가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이미 백이현에게 완전히 세뇌당한 것 같았다. ... 퇴근하기 전, 서이형은 서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 한잔할래?” 서이형은 그저 툭 던지듯이 물어본 것뿐이었는데, 서민준이 의외로 승낙했다. “그래. 어디로 갈까?” 서이형은 의아해하며 장소를 알려줬다. “기다릴게.” 서민준이 룸에 도착했을 때, 서이형은 한창 영상 통화로 아내 문서월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는 영상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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