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서민준은 술이 약하지 않았지만 레드 와인의 도수가 높아서 금세 취기가 올라왔다. 그는 서이형의 말에 따라 털어놓았다.
“별로 좋지 않아. 다시 전 남편과 합치려고 하는 것 같아.”
서민준은 말을 마친 후, 눈꼬리가 붉어졌고 깊은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서이형은 그제야 서민준이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자신과 술을 마시기로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눈을 끔뻑인 후 서민준에게 연거푸 두 잔을 더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서민준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슬쩍 꺼내 그의 사진을 찍어 심가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분 친구 되시나요? 술에 너무 취하신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데리러 와주시겠어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심가은에게서 답장이 왔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서이형은 흐릿한 눈빛으로 앉아 있는 서민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심가은은 숨을 헐떡이며 서둘러 달려왔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녀가 방에 들어서자 넓고 푹신한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서민준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의 서민준은 평소 금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맑고 깊은 눈망울에는 아이처럼 순수한 천진함이 어려 있었다.
늘 성숙하고 침착하던 서민준에게서 그런 눈빛이 나타나자, 묘하게도 강렬한 반전 매력이 느껴졌다. 그 순간 심가은은 멍해졌고 한동안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마저 잊고 말았다.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서민준의 눈앞에서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하지만 서민준은 그녀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멍한 표정을 유지한 채였다.
그때, 서민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가은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는 순간, 그는 마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맑은 눈에는 어느새 서운함이 어려 있었다. 마치 주인이 매몰차게 버린 커다란 강아지 같았다.
“안아줘...”
서민준이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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