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드디어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했다. 심가은은 몸이 휘청거리는 서민준을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단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섰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 서민준은 힘이 빠진 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심가은의 어깨에 완전히 기대었다. 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서민준이 갑자기 심가은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고 은근하게 향기를 맡은 것이다.
“머리 향기 좋다.”
서민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야릇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가은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낯선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다.
누군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건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심장이 간질거리는 듯했고 거부감보다는 알 수 없는 설렘이 피어올랐다.하지만 갓 밀어낸 서민준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들고는 불쌍하고 억울한 듯한 눈빛으로 심가은을 빤히 쳐다봤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도 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심가은은 죄책감을 느꼈다.
결국 자신 때문에 서민준이 넘어졌으니 양심이 찔렸던 것이다. 그녀는 황급히 몸을 숙여 두 손으로 그를 힘겹게 일으켜 세웠다.
심가은은 서민준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러자 문이 열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금빛 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토토였다.
녀석은 흥분해서 심가은에게 달려들어 쉴 새 없이 혀로 그녀의 볼과 손등을 핥고 기쁜 듯 낑낑거렸다. 마치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여주인을 다시 만난 듯한 반가움이었다.
심가은은 토토의 과도한 애정 표현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착하지, 토토. 가만히 있어.”
그러고는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서민준을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침실로 향했다.
심가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토토는 굵고 긴 꼬리를 흔들며 그들의 뒤를 졸졸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