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심가은은 마주 앉아 있는 서민준을 바라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어색함에 사로잡혔다.
서민준 역시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이형은 메뉴판을 받아 들고 주문을 시작했다.
곧이어 음식이 하나둘씩 차려지자 새빨간 고추와 진한 향신료가 뒤섞인 매운 향이 식탁 위로 가득 퍼져 나갔다.
서민준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이 음식들은 그에게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하나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사이 민채현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녀는 먼저 종업원을 불러 뜨거운 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젓가락을 집어 들더니 붉은 기름이 번들거리는 음식을 집어 뜨거운 물에 조심스럽게 헹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매운 기름이 절반 이상 씻겨 내려갔다.
민채현은 손질을 마친 음식을 서민준의 앞 접시에 살며시 내려놓으며 환하게 웃었다.
“한번 먹어봐. 이제 그렇게 맵지 않을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가은의 마음은 오묘하게 뒤섞였다.
민채현은 누가 봐도 서민준을 좋아한다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서민준이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마 예전에도 함께 식사한 적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민준은 민채현이 건넨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민채현은 잠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지만 곧 다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민준 오빠가 매운 걸 못 먹어서요. 담백한 채소 요리를 더 시킬게요.”
서민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말을 마친 서민준은 젓가락으로 테이블 위의 유일하게 맵지 않은 요리를 집어 들었다.
바로 그때, 심가은도 젓가락을 뻗어 그 요리를 집으려고 했다.
두 사람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맞부딪치며 살짝 스쳤다.
이내 두 사람의 손이 동시에 굳어 버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어 서로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심가은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서민준은 깊은 바다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 속에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고요히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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