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실망
고은찬은 잠깐 멈칫했지만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먼저 유나한테 손을 대니까 어쩔 수 없이 밀쳤던 거잖아.”
“결국 또 돌고 돌아 내 탓이야?”
심재이는 그가 어떤 핑계를 댈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 실망과 서러움이 물밀 듯 밀려오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 그런데 왜 다 늦은 저녁에 병원에 가는 건데?”
“네가 착하다고 떠들어댔던 소유나 씨가 내 팔을 그렇게도 세게 움켜쥐었는데 상처가 벌어지지 않고 배겨? 소유나 씨를 밀친 것도 아파서였어. 그런데 넌 밀쳐진 사람만 챙겼지? 내가 아프든 말든, 상처가 벌어지든 말든 너는 신경도 안 쓰였지?”
심재이의 입에서 자조에 가까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고은찬은 그녀의 말에 왜 심재이가 그렇게도 큰 반응을 보였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았잖아. 왜 어제는 얘기 안 하고 다 지나고 나서야 이러는데?”
심재이는 헛웃음을 치며 고은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말하면 네가 믿었을까?”
고은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아까보다는 약해진 기세로 변명했다.
“유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을 거야. 다급하게 잡다 보니 힘이 들어간 거겠지.”
“하.”
심재이는 그의 말에 완전히 실망해버렸다.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괜찮냐고 물었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실망으로 가득 차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은찬은 심재이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널 다치게 한 건 내가 잘못한 게 맞아. 하지만 네가 유나를 오해하지만 않았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유나한테 가서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럼 조용히 넘어가 줄게. 그리고 너한테 반지도 새로 사주고 프러포즈도 해줄 거야.”
고은찬은 자기가 프러포즈하는 게 엄청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심재이는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어 고개를 저으며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소유나 씨한테 사과 안 해.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그리고 고은찬, 내가 원했던 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