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화 호감

그 말을 들은 심재이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알았어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심재이의 모습에 조아린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슬픈 척 말했다. “고 대표님이 내 자리 대신한 것 같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나였는데 이젠 고 대표님이 된 것 같아요.” 얼굴이 약간 붉어진 심재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아린아, 농담하지 마. 유찬 선배는 돌아갔어?” 조아린은 고태겸의 싸늘한 표정을 흘끗 본 뒤 심재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유찬 선배는 상처 치료받고 네가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가려고 했지만 고 대표님의 차가운 얼굴에 쫓겨났어. 고 대표님이 내 사람은 내가 돌본다고 다른 사람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셔서 유찬 선배도 더는 머무르지 못하고 갔어. 그런데 재이야, 고 대표님이 널 내 사람이라고 했대.” 조아린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심재이를 놀리자 심재이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진정하라고 했다. “그냥 한마디 한 거야, 너무 오버하지 마. 그런데 내가 유찬 선배까지 힘들게 했네... 미안해서 어떡해.” 심재이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흠, 고 대표님이 유찬 선배를 머무르지 못하게 했지만 감사 인사는 제대로 했어. 유찬 선배가 너 때문에 다쳤다는 걸 알고 그렇게 도도하던 해성 엔터 대표가 글쎄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더라고. 내가 본 로맨스 소설과는 좀 다른 것 같아. 고 대표님은 그런 무례한 타입의 대표는 아니었어.” 조아린은 약간 놀란 듯했다. 높은 위치에 있는 고태겸인지라 오만하게 굴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고태겸은 재이를 위해 그녀를 보호한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할 뿐만 아니라 재이를 위해 집안일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조아린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로맨스 소설은 적당히 보라고. 현실 세계에 그렇게 무례한 사람이 어디 있어?” 가볍게 웃으며 말한 심재이는 고태겸에 대한 호감이 더욱 커졌다. 고귀하고 우아하며 성숙하고 안정감 있는 내면,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 그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