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고의로 곤란하게 만들다

“아줌마, 굳이 고 어르신을 끌어들여 저를 도덕적으로 압박하실 필요 없어요. 어르신이 저를 얼마나 아껴주셨는지 알기에 그날 본가에서 어르신 앞에서는 고은찬이 저에게 한 일들을 말하지 않았던 거예요. 설령 어르신이 이 일을 알게 돼서 저를 나무라신다 해도 저는 기꺼이 감당할 겁니다.” 심재이의 눈빛은 한 점 흐림 없이 맑고 평온했으며 그 속에는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었다. 임미연은 심재이의 아름다운 얼굴에 드리운 냉정한 표정을 보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고태훈의 표정도 점점 무거워졌고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재이야, 예전에 은찬이가 널 한 번 구해준 적도 있잖아...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니?” 그 말에 심재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고 이불 위에 올린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한참 뒤, 심재이는 고개를 들어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 은찬에게 전해주세요. 풀려나면 이제 다시는 제 삶에 끼어들지 말라고요.” “재이야...” 조아린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재이가 진짜로 또 한 번 봐주는 거야...’ 조아린은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심재이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고태훈은 담담하고도 냉정한 심재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네가 많이 참아줬구나. 재이야, 걱정하지 마. 은찬이가 나오면 내가 바로 데리고 와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 “그럴 필요 없어요.” 심재이의 목소리는 차갑게 잘려 나갔다.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고태훈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물러섰다. “알겠어.” 그 옆에서 임미연은 입꼬리를 비죽이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보고 싶지 않다고?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오히려 내가 은찬한테 널 만나지 말라고 해야겠어...’ 그때 심재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한 가지 더 있어요.” 임미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역시나... 어쩐지 이렇게 쉽게 승낙하더니 또 다른 요구가 나올 줄 알았어.’ “뭐든 말해 봐. 돈이 필요한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대놓고 깔보는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