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끊어내야만 하는 악연
윤가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전부 심재이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심재이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고 이내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마, 저는 언제까지 남한테 기대서 살아야 해요? 어릴 때는 할아버지 덕분에 낳아준 부모한테 버림받아도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어떻게 되었죠? 하루아침에 갈 곳 없는 아이가 됐어요...”
심재이가 깊은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저를 고씨 가문에 시집보내려고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엄마,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은찬이 할아버지도 언젠가 세상을 떠나시면요? 그때는 또 누구에게 기대서 살아야 할까요? 고은찬은 지금도 다른 여자한테 한눈팔고 제 자존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남자예요. 앞으로는 더 하겠죠. 그런 사람한테서 겨우 남은 애정에 매달려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평생을 버티다 죽으라는 거예요? 전 그런 식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
고은찬은 꾹꾹 눌러왔던 생각을 모두 털어놓았다. 윤가영은 놀란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마치 처음으로 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너도 예전에는 은찬이랑 결혼하고 싶어 했잖니?”
“그때는 고은찬도 저한테 일편단심일 줄 알았으니까요. 성격이 좀 까칠하고 욱하는 성격이긴 했어도 그 마음만을 믿고 꾹 참고 버텼어요. 그래도 저한테는 잘해줄 거라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다른 여자한테 한눈팔았다는 건 저에 대한 감정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질 거란 뜻이겠죠. 설령 조금 남아 있더라도...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어요?”
윤가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재이야, 지금은 네가 어려서 감정이 앞서니까 그런 소리 하는 거야.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엄마의 마음이 이해될 거야. 엄마는 네가 심씨 가문에 도움이 되길 바라서 하는 말이 아니야. 그냥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거야. 넌 남들처럼 힘 안 들이고 안정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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