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도망자 신세
심호의 표정이 단박에 굳어졌다. 그는 눈을 치켜뜨며 비웃듯 말했다.
“심재이 그년한테 밥이라도 챙겨주려는 거야? 고씨 가문에 시집 보낼 걸 생각해서 이번 한 번만 허락하지.”
“고마워요, 여보.”
윤가영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고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나도 같이 갈 거야.”
심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가영에게 열쇠를 맡기지 않고 직접 올라가 보겠다며 일어섰다. 윤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도우미에게 밥상을 준비시키고는 심호의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윤가영은 심재이가 잠시 화장실에 들어간 건 아닌가 싶어 식판을 내려놓고 안방 욕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 또한 텅 비어 있었다.
“심재이 이년 어디 간 거야?!”
심호가 얼굴을 굳힌 채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나도 몰라요...”
윤가영은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 시트가 허술하게 매듭지어진 채 창틀에 걸려 있었다. 시트 끝자락은 바람에 허둥대며 펄럭이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심호의 얼굴은 즉시 어두워졌다.
“그 계집이... 창문으로 도망쳤어?”
그의 목소리는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떨렸다.
윤가영도 창밖을 내다보았고 순간 다리가 풀릴 정도로 겁을 먹고 식은땀을 흘렸다. 2층 높이라 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재이가... 여기서 뛰어내린 거야?’
“저 계집이... 잡히기만 해봐. 이번엔 진짜로 뼈를 못 쓰게 해줄 테니까!”
심호는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
윤가영은 놀라 달려들어 그를 막아섰다.
“비켜!”
심호는 그녀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하지만 윤가영은 아픈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재빨리 다시 일어나 그의 팔을 붙잡았다.
“여보, 제발... 그렇게 몰아붙이면 안 돼요. 재이의 고집을 꺾는 게 그렇게 쉬운 일 아니란 거 잘 알잖아요... 더 밀어붙이면 더 멀어져요. 지금 같은 상태에서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여보가 원하는 건 하나도 못 얻게 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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