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좋아하는 마음
고태훈의 얼굴은 평소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마를 깊이 찌푸린 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태겸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만만한 상대가 아닐지도...’
그의 눈빛에는 동생을 향한 미안함과 두려움에 가까운 경계심이 동시에 어른거렸다.
그러나 끝까지 속내를 감추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유 비서, 며칠 지났는데도 태겸이가 아무 말 없는 걸 보면 아직 뭘 알아낸 건 없는 모양이지?”
“네, 부대표님. 대표님께서 뭔가 알았다면 진작에 움직이셨겠죠.”
고태훈은 깊은숨을 내쉬며 한층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돼서 그래. 이제 막 복귀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해도 될지... 얼마 되지도 않아 수면장애까지 왔다는 걸 들으면 아버지가 또 얼마나 마음 아파하시겠어. 형이 되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깝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회사 사람들한테 태겸이 일이면 최대한 협조하라고 전해. 괜히 부담 주지 말고.”
유시안은 순간 눈빛이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제 나가봐.”
“네, 부대표님.”
유시안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고태훈은 잠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책상 위 금두꺼비의 등을 반복해서 문지르며 오래된 습관처럼 손에 감긴 불안을 떨치려 애썼다.
유시안은 마지막까지 그의 눈빛에서 아무런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
“대표님, 재이 씨가 병원비랑 간병인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안 그러면 퇴원하시겠다고요. 제게 직접 송금까지 하셨습니다. 대표님께 전해 달라고요.”
백현우는 고태겸의 사무실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고태겸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짙은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잠시 후,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재이 상태는?”
“열은 다 내렸고 컨디션도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병원에서도 가장 섬세한 베테랑 간병인만 골라 붙였습니다. 분명 잘 보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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