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계산된 술수
“형, 걱정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고태겸은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그러면 일 보렴. 난 먼저 가볼게.”
대표 집무실을 나선 고태훈은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부대표 집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유시안을 불렀다.
문을 닫게 한 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유 비서, 요즘 태겸이 주변 사람들한테서 들려온 소식 있어?”
나이도 젊고 야무진 인상의 유시안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금 보고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대표님이 요즘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수면장애 클리닉 쪽이었는데, 따로 검사는 받은 적 없었고 상담만 몇 차례 진행하셨다고 합니다.”
고태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면 거짓말은 아니었네. 진짜로 잠을 못 자는 거야.”
“대표님께서 그동안 해외 지사만 관리하시다가 갑자기 이렇게 큰 그룹을 맡으셨으니, 스트레스가 많으신 것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부대표님, 말씀드리자면 아직 대표님은 젊으시고 이 막중한 부담을 견디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에 비해 부대표님은 오랫동안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오셨고 회사의 중견 주주들도 모두 부대표님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유시안은 간 보는 듯한 말투로 은근한 아부를 덧붙였다.
고태훈은 그를 한 번 보고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런 말은 내 앞에서만 해. 입 잘못 놀렸다가 본인 자리는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 그리고 태겸이 그 녀석을 쉽게 보지 마. 며칠 사이에 주주들 전부 다시 사무실로 복귀시킨 걸 보고도 모르겠어?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것도 대표님이 강하게 밀어붙였으니까 가능했던 거죠.”
“그게 바로 태겸이의 능력이야.”
고태훈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잠깐 침묵이 흘렀다.
며칠 전, 고태겸은 임원 회의에서 케이 그룹 대주주 중 한 명인 서동진 이사의 비자금 유용과 내부 횡령 정황을 조목조목 밝혀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단호하게 서 이사의 비리를 추궁했고 퇴출은 물론 그룹 제명까지 단숨에 밀어붙였다.
그리고 누가 제보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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