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다른 가치관

윤가영은 조심스레 미소를 머금고 말을 꺼냈다. “맛있게 먹으니까 다행이다.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계속 가방에 넣은 채 품에 안고 있었어. 혹시 식을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이 보온 도시락통이 꽤 괜찮더라. 생각보다 따뜻함이 오래가더라고.” 그 말을 듣고 심재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엄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오랫동안 기다리신 거예요?” 윤가영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야, 방금 왔어.” 하지만 심재이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윤가영의 손을 잡아보았고 차가운 손끝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금방 손 씻었거든. 진짜 오래 안 있었어.” 윤가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빼냈다. 심재이는 말없이 에어컨 리모컨을 들어 온도를 높이고 소파 위에 놓인 담요를 들어 그녀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 “엄마도 이제 연세 있으시잖아요. 건강 잘 챙겨요. 대충 넘기지 말고요.” 그 말에 윤가영은 코끝이 시큰해졌다. 눈가가 젖었지만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재이야, 나는 네가 이제 엄마랑 말도 안 하려는 줄 알았어...” 심재이는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조용히 수저를 들었다. “그건 다 심호 그 인간이 시킨 거였잖아요. 엄마 뜻은 아니었으니까...” 윤가영은 그녀가 ‘심호’라고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걸 듣고 순간 눈빛이 흐려졌다. ‘부녀 사이... 정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걸까...’ 거실 안에는 수저가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 망설이던 윤가영은 조금 전 아파트 단지 앞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재이야, 아까 젊은 남자분이 너 데려다주는 거 봤는데... 친구야?” 심재이는 시선을 피하며 짧게 대답했다. “네.” “전에는 못 본 얼굴이던데?”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이에요. 그냥 아는 친구예요. 엄마도 자주 안 오셨잖아요. 제 친구들을 몰라봐도 이상할 건 없죠.” 담담한 말투였지만 감정의 결을 짚어내기 어려웠다. 윤가영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