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엄마의 인생

“엄마는 그 긴 세월이 정말 행복했어요?” 심재이의 한마디 반문에 윤가영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심재이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엄마는 돈 걱정은 없었겠죠. 하지만 지금 엄마가 살고 있는 집, 심호 이름으로 되어 있잖아요. 쓰는 돈도 그 인간의 통장에서 나오는 돈이고요. 엄마가 아내로서, 가족으로서... 존중받은 적은 있었어요?” 윤가영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심재이는 자신도 모르게 말이 거칠어졌음을 느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는 지금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엄마. 방금은 말이 좀 심했어요.” 그러자 윤가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말 틀린 거 하나도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하게 들려왔다. “사실... 난 보여지는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삶을 산 건 아니야. 오히려 심씨 가문 도우미보다도 못할 때도 있었지. 하지만 재이야, 엄마는... 후회하지 않아.” 윤가영은 고개를 들었고 그 표정은 낯설 만큼 진지했다. 심재이는 뜻밖의 대답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엄마?” “왜냐하면 난 심씨 가문 사모님으로 평생을 살았으니까.” 그녀는 말끝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담담히 아주 오래 묻어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적에는 집이 너무 가난했어. 네 외할아버지... 기초생활수급자였거든. 난 늘 조롱당하며 자랐고 그 상황은 나를 점점 작고 약하게 만들더라.” 윤가영은 조용히 숨을 고르더니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기를 쓰고 대학에 들어갔지. 그 마을, 그 가난, 그 사람들... 다 떠나고 싶었거든. 외할아버지 곁도 마찬가지였어. 그렇게 시골을 벗어났지만 달라진 게 없더라. 사람들의 눈빛, 무시, 편견...장소만 바뀌었을 뿐, 세상은 똑같았어.” 말을 이어가던 윤가영의 눈동자에 오래된 상처가 스쳤다. “그러다 네 아빠를 만났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