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씁쓸함
심재이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심재이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엄마가 아버지에게 반항도 못 하고 붙잡혀 산 이유라는 거죠?”
“그래.”
윤가영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엄마, 언젠가 아버지가 엄마와 이혼하려고 하면 어떡해요?”
윤가영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재이는 그런 윤가영의 모습에 뭔가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자조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긴,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하실 리가요. 엄마도 진작 알고 계셨죠.”
심재이가 고개를 들어 윤가영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심서진이 자기 멋대로이긴 하지만 엄마에겐 잘하잖아요. 그리고 엄마도 절 이용하고 있는 거죠? 제가 고은찬과 결혼하기만 하면 아버지는 고은찬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엄마로 절 협박할 테니까.”
“결국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아버지는 엄마와 이혼하려고 하지도 않을 테고요. 그런 거예요?”
예쁘게 반짝이는 심재이의 두 눈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본 것만 같았다.
복잡한 심경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윤가영이 심재이의 말에 번쩍 고개를 들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재이야, 네 결혼에 엄마의 사적인 욕심이 있었던 건 인정할게. 하지만 절대 널 이용하려던 건 아니었어. 넌 내 딸이야. 안 그래도 너한테 미안한 게 많은데, 내가 어떻게 널 이용해?”
“고은찬과의 결혼이 네겐 불구덩이 뛰어드는 것과 같은 거라면 난 절대 그걸 지켜보지만은 않을 거야. 하지만 고은찬은 돈과 권력을 모두 잡고 태어난 금수저라 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거야.”
윤가영이 어떤 말을 하든, 심재이의 가슴엔 이미 가시가 박히고 말았다.
고개를 가로저은 심재이의 목소리가 조금은 잠겨 있었다.
“엄마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이해해요. 하지만 전 엄마와 같은 길을 걷진 않을 거예요. 이렇게 억눌려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인생, 전 원하지 않아요.”
말을 마친 심재이가 손을 빼냈다.
텅 비어버린 두 손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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