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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빈틈을 노리다

조수찬의 말에 고은찬이 얼굴이 분노로 더 일그러졌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다들 내 탓이라고만 하는 거야!’ ‘삼촌도 내가 심재이를 도우미처럼 생각하는 거라고 하더니, 이젠 조수찬까지. 대체 왜!’ 고은찬이 조수찬의 팔뚝을 꽉 잡았다. “내가 심재이한테 못 해준 게 뭔데? 사달라는 건 전부 사줬고 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줬어. 내 덕분에 심재이 가족들도 걜 사람 취급하고 있는 거라고. 돈, 사회적 지위, 전부 내가 준 거잖아. 고작 유나를 조금 더 챙겨준 게 잘못이라는 거야?” 분노를 터뜨리는 고은찬을 보는 조수찬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네가 재이를 존중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는 거야. 고은찬, 돈이 전부가 아냐. 심재이는 널 사랑해. 하지만 넌 걔한테 그만큼의 사랑을 준 적이 있긴 해? 그리고 너, 소유나에게 딴마음이 없는 건 확실한 거야?” 조수찬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미묘하게 얼굴을 일그린 고은찬이 잠시 후에야 짜증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소유나 좋아하는 거 아냐. 난 그냥 걔가 가여워. 소유나를 보면 나약해서 보호해 주고 싶던 심재이가 떠올라서, 그래서 안쓰러워 보였을 뿐이야. 심재이가 속 좁게 구는 거라고.” “재이가 속 좁게 구는 게 아니라, 네가 잘못한 거야. 소유나가 가여운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넌 재이 남자친구야. 아무리 소유나를 챙겨주고 싶었어도, 재이에게 조금 더 신경 써주라고 얘기했어도 됐잖아.” “왜 하필 네가 나서. 결국은 네 마음이 변한 거야. 그걸 네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조수찬이 내뱉은 한 글자, 한 글자가 고은찬의 마음에 박혔다. 순간 얼굴을 찡그린 그가 굳은 얼굴로 버럭 화를 냈다. “난 술이나 같이 마시자고 널 부른 거야. 그런 소리할 거면, 가.” “운전해서 술 못 마셔.” “안 마실 거면 꺼져.” 고함을 지르는 고은찬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잔뜩 섞여 있었다. 그런 고은찬을 보는 조수찬의 얼굴에도 화가 한가득이었다. 그는 곧 몸을 돌려 룸을 나섰다. 문고리를 잡은 그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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