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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이러쿵저러쿵

말을 마친 심재이가 몸을 돌렸다. “헤어지고 싶으면 유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러면 헤어져 줄게.” 음침한 고은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떤 심재이의 귓가로 그의 목소리가 윙윙, 울리는 것만 같았다. 심재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고은찬을 쳐다보았다. “뭐라고?” “너 전에 유나 때린 거, 무릎 꿇고 사과하라니까. 사과하면 원하는 대로, 헤어져 줄게.” 고은찬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심장을 쿡 찌르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심재이의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차가운 바다에 던져진 것처럼, 온몸의 피가 차갑게 굳어갔다. 주먹을 꽉 움켜쥔 심재이가 겨우 꽉 막힌 소리를 내뱉었다. “고은찬, 이 개 같은 자식.” 그는 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심재이를 능멸했다. 고은찬이 그동안의 남은 정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짓을 할 것이라고 심재이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고개를 들어 눈시울을 붉힌 심재이를 쳐다본 고은찬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그제야 조금 전 내뱉은 말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소유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나 심재이 앞으로 다가왔다. “재이 씨, 대표님도 화가 나셔서 그러시는 거예요. 사실 재이 씨가 사과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얘기만 하면 대표님도 재이 씨를 용서해 주실 거예요. 두 사람이 전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전부 잊어버리고 다시 화해할 수 있다면, 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전 진심으로 두 분이 행복하길 바라요.” 고개를 든 심재이는 소유나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비웃음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심재이는 그제야 오늘 이 자리는 소유나가 고은찬을 부추겨 만들어진 것임을 눈치챘다. 소유나의 의도는 분명했다. 심재이를 모욕하고, 심재이에게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고은찬, 지금 나한테 강요하는 거야?” 심재이의 시선이 소유나를 지나 고은찬을 향했다. 그녀가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은찬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강요?’ ‘난 그저 헤어지지 말자는 얘기를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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