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강요

누군가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입이 거친 것과 유머는 다른 얘기지. 매너가 없는 걸 카리스마라고 착각하지 말아 줄래? 너 같은 건 나 안 좋아해도 돼. 그리고 넌 날 싫어할 자격도 없는 놈이야. 넌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인간이잖아?” “너...” 분노에 찬 남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고은찬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심재이, 내 친구들이야. 말 가려서 해.” “네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잖아.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저것들이 내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 꼴을 보려고? 고은찬. 저 인간들이 날 모욕할 때, 네가 날 감싸준 적이 있기는 해?” 심재이의 반문에 인상을 찌푸린 고은찬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재이 씨가 말재간이 있으시네요.” 소유나가 은근히 비꼬며 입을 열었다. 고은찬에게 철저히 실망한 심재이는 단 한 순간도 더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심재이는 고개를 돌려 차분한 눈빛으로 소유나를 쳐다보았다. “사과받고 싶다면서요? 할게요, 사과. 전에 때린 건 제 잘못이에요. 사과할게요. 미안해요.” 놀란 표정을 짓던 소유나는 곧이어 뿌듯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씩 올렸다. 고은찬은 두 주먹을 더 꽉, 움켜쥐었다. ‘사과했어.’ ‘재결합할 바엔 차라리 사과하겠다, 이거지?’ ‘좋아, 알겠어.’ ‘알겠다고, 심재이!’ 하늘을 찌를 듯 분노가 치밀었다. 눈에도 옅은 핏기가 서려 있었다. “사과를 하려면 무릎도 꿇어야지.” 고은찬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잔뜩 드리웠다. 분노로 강렬하게 반짝이는 눈빛은 차마 직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빛을 내고 있었다. “고은찬, 적당히 해.” 그런 고은찬을 빤히 바라보며 심재이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볼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느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굴리던 소유나가 고은찬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재이 씨가 무릎까진 꿇고 싶지 않으신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