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노트북을 들고 돌아오는 임지현의 손끝에는 아직도 변기 물을 내릴 때 스쳤던 미묘한 차가움이 남아 있었다.
비밀을 품고 있던 USB는 이미 하수구로 흘려보냈다. 물살에 휩쓸린 증거는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임지현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비서실 복도로 막 들어서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검은 정장 차림의 육현재가 문틀에 기대 서 있었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선이 또렷이 드러났으며 팔짱을 낀 느긋한 자세 속에는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압박감이 스며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시선이 곧장 그녀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설명하기 어려운 검증의 눈빛에 간신히 가라앉혔던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대... 대표님.”
임지현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서둘러 눈을 내리깔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조여 왔으며 손끝은 노트북 가방끈을 꽉 움켜쥐어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다행히 USB를 완전히 없앴다는 사실에 그나마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임지현은 애써 태연한 척 다시 고개를 들었다.
“노트북은 다 고쳤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묻는 육현재의 목소리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느슨하게 늘어진 어조가 오히려 가느다란 바늘처럼 임지현의 신경을 찔렀다.
“네, 다 고쳤어요.”
임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따 내 사무실로 와.”
육현재는 그 말만 남기고 등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진 뒤에야 임지현은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살짝 풀었다. 태어나서 이런 짓은 처음인지라 벽에 몸을 기대자 다리에 힘이 풀려왔다.
임지현은 육현재가 뭔가를 알아차렸을 리는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막 노트북을 책상 위에 내려놓자 전화기가 갑작스럽게 울렸다.
“임 비서님, 1층 안내 데스크에 택배가 와 있습니다.”
전화를 끊은 임지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빠르게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택배만 받은 후 곧장 육현재의 사무실로 가 그의 반응을 떠보려던 참이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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