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임지현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도 신혼인데 허울뿐인 신혼 휴가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육현재가 직접 허락하긴 했지만 단지 자신이 출근해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육현재의 소유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무서운 수준으로 커져만 갔다.
그가 준 그 휴대폰은 감히 자주 쓰지도 못했다. 임지현이 아는 육현재라면 그 안에 분명 몰래 감시 장치를 설치해 뒀을 테니까.
휴대폰에는 단 두 개의 번호만 저장되어 있었다. 육현재, 그리고 비서실의 유 팀장. 두 사람밖에 없는 게 오히려 안심되었다.
침대 옆 탁자에서 피임약 한 판을 꺼내 한 알도 남기지 않고 작은 빈 용기에 쏟아부었다. 그걸 손님방 서랍에 숨기고 빈 껍데기는 서재의 분쇄기에 밀어 넣었다.
딱딱한 판이 날카로운 톱니 사이에 끼인 채 갈리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엔 은밀한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쁜 짓을 하고도 들키지 않은 듯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기계가 돌아가며 바닥으로 떨어지자 임지현은 간신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육현재는 최근 신형 에너지 프로젝트 개발로 바빠서 이 시간에 돌아올 리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계단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임지현의 심장이 바짝 조여왔다. 발소리가 육현재 같았다.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지?’
허둥지둥 일어나 서재를 떠나려는데 문틈을 살짝 열자마자 밖에 서 있는 커다란 실루엣과 마주쳤다...
바로 육현재였다.
“왔... 왔어?”
살짝 당황하며 목소리가 떨리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 나쁜 짓을 하다 현장에서 걸린 것처럼.
“왜 나를 보고 그렇게 무서워해?”
육현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지만 눈빛에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
두 눈엔 차갑고 집요한 집착이 가득했고 익숙한 그 시선에 임지현은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고작 약을 숨긴 거잖아. 양심에 찔릴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
“여긴 내 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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