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임지현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거실은 이미 출발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였다.
육현재는 마지막 짐을 현관으로 옮기고 있었다. 검은색 코트는 그의 몸을 더욱 곧고 훤칠하게 만들었고, 이윤은 말끔하게 차려입은 채 현관에 서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과 아이가 나란히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자 임지현의 마음은 따뜻한 물에 잠긴 것처럼 부드러워졌다.
“엄마.”
이윤은 짧은 다리로 달려와 연근처럼 통통한 팔로 그녀의 무릎을 감싸 안았다. 팔이 작아 그녀의 종아리조차 완전히 감싸지 못했지만 껴안은 힘은 유난히 컸다.
“이제 출발해도 될까요?”
임지현은 몸을 숙여 이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닿는 부드럽고 생생한 감촉에 그녀는 며칠 동안 팽팽하게 당겨졌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지며 안정감을 찾았다.
“착하지. 우리 곧 출발할 거야.”
세 사람은 짐을 들고 육현재의 개인 헬기에 올랐다.
기내에서 이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재잘거렸다.
“엄마. 나 학교 가면 헬기에서 찍은 사진 친구들한테 보여줄 거예요. 걔네는 분명 한 번도 못 타봤을 거예요.”
아이의 들뜬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기내의 다른 사람들은 유난히 조용했다.
임지현은 좌석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심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평소 어떤 교통수단에도 멀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고 속이 울렁거리며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육현재는 즉시 임지현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즉시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어디 불편해?”
그가 고개를 숙이며 낮게 물었다. 귓가를 스치는 숨결에 걱정이 묻어 있었다.
“다음엔 헬기기 안 탈 거야. 다른 방법으로 돌아오자.”
임지현은 그의 품에 순순히 몸을 맡겼다. 육현재에게서 풍기는 차분한 설송향이 코끝을 감싸 안았고 그 익숙한 냄새는 진정제처럼 속에서 뒤끓던 울렁거림을 잠시 가라앉혔다.
몇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임지현은 어지럼증이 한결 나아져 그의 옷자락을 놓아주며 손에 준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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