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심은수의 얼굴에 걸려 있던 자신만만한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육현재의 어두운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반걸음 물러서며 당황하여 말했다.
“형부, 여기 있었어요? 형부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저 여자가 먼저...”
“짝!”
청량한 따귀 소리가 서은수의 다급한 변명을 단번에 끊어 버렸다.
심은수는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며 휘청거렸다. 뺨 위에는 즉시 또렷한 손자국이 떠올랐다. 그녀는 얼굴을 감싼 쥐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육현재를 바라봤다.
“형부... 지금 저를 때린 거예요?”
“네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아.”
육현재의 목소리는 한겨울의 얼음처럼 차가웠으며 눈빛에는 조금의 온기도 없었다.
“오늘부터 다시는 내 아내 앞에 나타나지 마.”
아내?
그 두 글자가 무거운 망치처럼 임지현의 가슴을 세차게 내리쳤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말인가.
임지현은 그저 심연아를 닮았다는 이유로 곁에 붙들려 있는 대역이자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아내라는 호칭을 가질 자격이 있단 말인가.
끝내 참아 오던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려 육현재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뜨거운 감촉에 그는 잠시 몸이 굳어졌다.
임지현은 온 힘을 다해 육현재를 밀쳐 내며 울음이 섞인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만지지 마.”
육현재는 잠깐 휘청하며 당황하다가 이내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재빨리 실크 넥타이를 풀었다. 깊은 눈동자 속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지만 그 속을 읽을 수는 없었다.
임지현은 그의 행동에 심장이 더 조여왔다.
넥타이와 벨트는 평소 육현재가 임지현을 구속하는 도구였다. 그가 이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그녀는 또다시 존엄을 잃어야 했다.
“뭐 하려는 거야?”
임지현은 순간 얼굴에 핏기를 잃으면서 공포로 인해 목소리마저 떨렸다.
다음 순간 육현재는 피가 흐르는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러고는 상처 위쪽에 넥타이를 감아 망설임 없이 세게 조였다.
갑작스러운 압박에 임지현은 숨을 들이켜며 신음을 흘렸지만 흐르던 피는 일단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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