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임지현은 결코 마음이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를 해치려 한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육현재의 방식은 너무도 극단적이고 잔혹했다. 결과를 따지지 않는 그 집요한 집착은 그녀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됐어. 네 상처가 걱정돼서 순간적으로 선을 넘은 거야.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육현재의 목소리는 유난히 낮고 조심스러웠다. 그의 길고 단정한 손가락이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이처럼 먼저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태도는 육현재에게 있어 거의 한계에 가까웠다.
임지현은 더는 따지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 이 모든 빚을 육현재와 결산하게 될 것이다. 임지현은 그를 결코 쉽게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카페에서 쪽지를 건네고 난 뒤 며칠 동안 임지현은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고서원에게서 하루빨리 답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러다 그날 오후 이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들뜬 얼굴로 통통 뛰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임지현은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드디어 소식이 왔구나 싶었다.
그녀는 거의 아이의 손을 끌다시피 하며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고 잠갔으며 혹시라도 발각될까 봐 빠르게 움직였다.
쪼그려 앉아 질문하는 임지현의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이윤아, 혹시 서원 아저씨가 쪽지를 줬어?”
이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가방에서 동화책 한 권을 꺼냈다. 그러고는 책장을 살짝 벌리더니 안쪽에 끼워진 종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임지현은 숨을 죽인 채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는 단정하고 힘 있는 짧은 글씨 두 줄이 적혀 있었다.
[내일 이윤이를 데리고 떠날게요.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고 몸조심해요.]
그 몇 줄의 글씨는 며칠 동안 임지현을 짓누르던 불안을 단번에 가라앉혀 주었다.
그녀는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을 주어 종이를 꼭 움켜쥐었다. 임지현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단단한 결심이 일렁이었다.
‘오빠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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