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던 신혼 셋째 날 아침이었다.
한유설은 허리에 시큰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지난 이틀 밤의 기억이 떠오르자 그녀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평소 우아하고 절제된 백도운은 침대 위에서만큼은 다정하면서도 한없이 나쁜 남자로 변했다.
“일어났어? 아침 먹어.”
백도운의 목소리가 들리자 한유설은 이불을 끌어 올려 얼굴을 폭 덮었다. 부끄러워 뒤척이자 그가 웃으며 그녀를 다정히 안아 들어 올렸다.
욕실 거울 앞에서 백도운은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한유설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그의 쉰 듯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양치질에 집중해. 날 너무 의식하지 말고.”
한유설은 흐릿하게 젖어든 눈빛으로 멍하니 칫솔을 잡고 서 있었다.
결혼 후,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서재에서, 잘 차려입은 채 업무에 집중하는 백도운의 품 안에서 한유설은 문득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오래전 꿈속에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이었다. 현실과 꿈이 완벽히 겹쳐지는 기이한 현상에 놀랄 새도 없이 그녀는 백도운과의 사랑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마저 자연스레 잊혀졌다.
어느덧 결혼한 지 4년이 지났다.
한유설은 아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백도운과의 둘만의 시간이 소중했고 더욱 깊이 서로에게 스며들고 싶었다. 그의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마치 잘 숙성된 술처럼 깊고 진하게 그녀를 취하게 했다.
아이에 대한 결정은 백씨 집안 어른들도 존중해 주었다. 지난해 김연수가 다정히 말했다.
“네 몸은 네 거야. 아이는 네가 원할 때 낳으면 되고, 원하지 않으면 그것도 괜찮단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네 마음이잖니? 우리는 그저 네 결정을 존중할 뿐이야.”
그 말을 듣던 순간 한유설의 마음이 문득 움직였다. 사랑과 온기, 동물들로 가득한 집에서 백도운을 닮은 아이가 자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결혼 8년째가 되었다.
세 살이 된 아들 백인호는 어려서부터 얌전하고 순했다. 갓난아기 시절에도 한 번 속 썩이는 일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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