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한유설이 손을 들어 심해원의 방문을 두드리자 1분쯤이 지나서야 남자의 응답 소리가 들려왔다.
방문은 잠겨 있지 않아서 그녀는 한 손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실에 아무도 없어서 우유를 그냥 탁자 위에 놓고 떠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거실에 들어가자 침실에서 막 일어난 것 같은 심해원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실에 가져오세요.”
한유설은 심해원의 침실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제자리에 서서 망설였다.
심해원은 한유설이 계속 들어오지 않자 또 재촉했다.
“가져와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에는 심해원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자기의 몸에 끊임없이 침투하는 오침향에 한유설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사실 그녀가 심해원의 침실에 들어온 순간,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편함을 타인의 은밀한 공간에 들어가서 생긴 정상적인 심리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고 심해원의 시선이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넓은 침대는 매우 깔끔했다. 누가 자고 있어도 어지러워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침대의 주인은 잠을 잘 때 평온하고 움직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유설은 무심코 침대를 훑어보았다.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다시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우유를 침대 오른쪽의 협탁에 내려놓은 후 바로 침실에서 나오려고 하였다.
갑자기 침대에서 심해원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해원은 한유설의 소심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는 것 같았다.
한유설의 시선이 심해원의 어두운 시선과 마주쳤다. 비록 그는 조용히 그녀와 눈을 마주쳤지만 무시할 수 없는 공격성을 띠었다.
한유설은 다급히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심해원 씨, 좋은 아침입니다.”
그녀는 바늘방석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심해원은 담담한 목소리로 아무 생각이 없는 듯이 물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유설 씨는 어젯밤에 잘 잤어요?”
한유설은 심해원과 시선이 마주칠까 봐 침대의 가장자리만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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