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짙지도 옅지도 않은 은은한 오침향이 풍겨왔다.
한유설은 뒤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아챘고 서둘러 뒤돌아보았다.
“심해원 씨?”
그녀는 이름을 불렀지만 심해원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유설의 뒤에 서 있는 심해원은 눈을 내리깔고 있었고 눈 밑에는 어떤 감정이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때 한유설이 그의 시선과 마주친다면 그녀는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갈지도 모른다.
실내의 온도는 적당했지만 한유설은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싶었지만 심해원은 팔을 바 위에 올려놓았고 당분간 팔을 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왼쪽은 바의 작업 구역이라 그쪽으로 도망칠 공간이 없었다.
“심... 심해원 씨, 이게 무슨...”
심해원은 어느새 그녀가 방에 두고 간 쟁반을 오른손 옆에 두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지만 심해원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쟁반을 내 방에 두고 갔어요.”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한유설은 심해원이 말할 때 울리는 가슴의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한유설은 그제야 심해원의 오른손 옆에 둔 쟁반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뭔가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남자의 체온이 점점 높아진 것 같아서 한유설은 당황해서 옆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남은 공간은 너무 좁아서 그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심해원과 스킨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심해원 씨, 너무... 가까워요. 뒤로 조금 물러설 수 있어요? 심해원 씨의 발을 밟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심해원은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표정 하나도 변하지 않고 말했다.
“죄송해요. 유설 씨가 준비한 과일을 구경하고 싶어서 그랬어요.”
한유설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심해원을 향해 웃었다.
“좀 드실래요?”
심해원은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에서 포만하고 부드러운 입술로 옮겼다.
그는 잠자코 있다가 마른침을 천천히 삼켰다.
“됐어요. 일보세요.”
한유설은 그제야 안심하고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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