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심해원이 부드럽게 말했다.
“2개월이면 됩니까?”
한유설은 당황했지만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내 단단한 심해원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4개월 후에요. 그땐 저도 도망가지 않을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심해원에게 키스했다.
심해원은 평소와는 다른 한유설의 모습이 꽤 마음이 든 듯 표정이 한결 좋아졌다.
“좋아요. 유설 씨 마음대로 해요.”
한유설은 재빨리 심해원의 방에서 나오며 문을 살며시 닫았다.
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
아까 쓴 방법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고 심해원에게 했던 말들도 모두 빠져나오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이제부터는 4개월 동안 심해원을 피해 다니다가 그 뒤에 떠날 작정이었다.
숨을 가다듬은 한유설은 음식이 담긴 카트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거울 앞에 선 한유설의 볼은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반면 한유설의 눈동자는 물처럼 맑았다.
그녀는 자신의 눈을 한 번 들여다보고는 금세 고개를 휙 돌렸다.
왜냐하면 아무리 부정해도 눈빛에 가득 드러나 있는 흔들림과 혼란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유설은 자기 방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조용해지면 심해원이 방 안에서 자신에게 했던 일들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기에 바쁘게 움직이며 집중력을 돌리려 했다.
한유설은 마음이 불안한 채로 일만 계속했다.
그런 그녀 곁을 유다정이 지나갔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며칠간 한유설을 관찰한 유다정은 처음 생각과 달리 그녀가 허둥대거나 일을 망치는 모습은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모든 일을 체계적이고 침착하게 해냈다.
심지어 별장에 있는 집사마저 한유설을 꽤 칭찬하고 있었다.
유다정은 고개를 숙여 다친 발을 보며 점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고 멀어져가는 한유설의 뒷모습을 보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틀린 것 같네. 앞으로는 한유설 씨처럼 일부러 멀리하며 상대를 조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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