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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몇 분 전, 2층의 거실 통유리창 앞에서 심해원과 우주한, 그리고 온시열이 커피를 마시면 일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심해원은 유리창 왼쪽 아래에 있는 정원을 보고 있었다.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다른 한 손으로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황급히 빨래를 걷는 도우미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커피를 마시려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익숙한 형체가 그의 시야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유설은 오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매일 칙칙한 검은 옷만 입던 그녀가 사복을 입은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침 그가 서 있던 곳에서 옆으로 살짝 옮기면 그녀에게 모습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무난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원피스의 길이는 그녀의 발목까지 내려왔다. 빠르게 몸을 움직여 빨래를 걷어 품에 안았다. 그녀가 별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이 바람을 따라 흩날렸다.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한유설의 바깥 정원에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한유설만 빤히 보고 있었다. 한유설은 그제야 자신이 바깥에 캐리어를 두고 왔다는 것을 떠올리고 황급히 별장에서 나왔다. 집사는 마침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의 짐을 방까지 가져다주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황급히 뛰어나오자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사람을 불러 짐을 가져다주라고 할 생각이었어요.” 한유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감사합니다. 아까는 다른 일 때문에 깜빡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집사가 보지 못한 줄 알고 바로 달려가 송우영을 도와준 것이었다. 집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송우영이 왜 매일 그녀가 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지 알 것 같았다. 한유설은 캐리어를 정원에 놓고 온 짐을 챙겼다. 특히 온시열이 준 선물이 가방 안에 있었으니 더 조심해야 했다. 똑똑... 누군가 방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사람은 송우영이었고 그녀의 뒤로 카트가 있었다. 송우영의 표정과 행동에서는 불안과 초조함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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