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한유설은 피할 생각이 없었다. 여하간에 이곳은 그녀의 직장이었으니까. 게다가 우주한은 쉽게 넘어가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빠르게 우주한이 수영할 때 필요한 물건과 음료수를 준비한 후 카트에 챙겨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에는 이미 누군가 수영을 하는 상황이었다. 카트를 밀고 온 한유설은 의자 쪽에 우뚝 서서 ‘우주한'이 나오길 바랐다. 의자에 앉은 그녀는 오늘따라 유난히 수영하는 ‘우주한'의 모습이 평소보다 우아하게 느껴져 저도 모르게 멍하니 구경하게 되었다.
턱을 괸 채 구경하던 중에 수영하던 남자가 천천히 물속에서 나왔다. 조각 같은 남자의 얼굴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당황해서 벌떡 일어난 한유설을 칠흑 같은 눈동자로 빤히 보고 있었다.
한유설은 물속에서 나온 남자를 보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심, 심해원 씨.”
심해원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한유설의 귀가 빨갛게 물들며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왜, 왜 이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지?! 어쩐지 오늘따라 수영하는 모습이 우아하다고 했더니 심해원 씨였어!'
심해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다. 여전히 걸음을 옮겨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한유설은 긴장하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뻗은 그의 손을 보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
“심, 심해원 씨. 여기는 밖이고 사람들이 언제든지 지나갈 수 있어요.”
심해원은 그녀가 준비해 온 타월을 들어 느긋하게 머리카락에 남은 물기를 닦았다. 그러고 나서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요?”
당황한 한유설은 얼굴이 더 빨개지고 말았다.
‘그냥 물기를 닦으려던 것이었구나...'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에요.”
심해원은 더는 말하지 않았고 계속 물기를 닦았다.
“커피.”
이때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얼른 잔에 커피를 따라 그에게 건넸다. 고개를 든 순간 그의 그윽한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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