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허리를 숙여 구석에 있는 먼지까지 털어낸 한유설은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킨 탓인지 어지러움을 느끼며 두어 걸음 휘청이기도 했다. 이때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이 그녀를 붙잡아주며 품으로 끌어안았다.
등 뒤로 은은한 남자의 향기가 풍겨오고 살갗에 닿은 따듯한 체온이 느껴졌다. 이내 조금 허스키한 온시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아침은 안 드셨어요?”
어지러움이 사라진 한유설은 황급히 그의 품에서 나왔다. 온시열도 그녀를 잡지 않고 놓아주었다.
“먹었어요. 다만 제가 빈혈이라 이런 거예요. 잡아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근데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던 거지?'
한유설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럼 이따가 집사님께 빈혈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네요.”
한유설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집사님 덕분에 매일 셰프님이 만드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있는걸요. 걱정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한 말이었다. 조금 전은 확실히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으니 말이다. 온시열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점차 옅어졌다. 아마도 그녀가 계속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나한테 그렇게까지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한유설은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흘려보냈다.
“어떻게 그래요. 온시열 씨가 절 도와주셨는데 당연히 고마워해야 하죠.”
그녀는 그의 안색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피부가 하얗긴 했지만 혈색이 있는 것을 보아 딱히 아픈 곳은 없어 보였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온시열은 웃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한유설은 행여나 그가 오해할까 봐 서둘러 설명해 주었다.
“아, 아니에요. 그냥 체온이 조금 높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아픈 곳은 없나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녀가 몸을 돌리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온시열은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뺀 적 없었다.
“그건 아마도 조금 전까지 햇볕 아래에 있어서 그런 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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