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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엄마가 순간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지더니 곧 안쓰럽다는 듯 내 얼굴을 감싸 쥐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딸, 참 세상 물정도 모르고 너무 속이 여려. 아무리 진씨 가문이랑 친하다고 해도 체면은 지켜야지.” 엄마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했다. “게다가 신서영은 진서후까지 빼앗아 가더니 임신까지 했잖아. 네가 행색이 초라하게 나타나면 얼마나 창피하겠니.” 엄마는 지금도 울분을 삼키지 못하고 있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청춘과 마음을 다 쏟고도 결국 버려졌으니 속상할 만도 했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나도 얌전히 옷을 고르러 따라갔다. 한참을 고른 끝에 나한테 어울리는 원피스를 찾았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식당에는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모두 와 있었다. 부모님은 들어서자마자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윤성희도 얼른 일어나 맞아주었다. “혜진 언니, 드디어 왔네요.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어요.” 윤성희는 그러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눈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었다. “유나야, 어쩜 이렇게 예쁘니? 원피스도 정말 잘 어울린다.” 오늘 나는 어깨가 드러나는 블랙 슬립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집게 핀으로 대충 올려 묶어 평소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던 모습과 달리 한결 단정하고 세련돼 보여 나 자신도 낯설었다. 웃으며 인사한 후 고개를 돌리니 진서후와 신서영이 눈에 들어왔다. 진서후는 태연하게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신서영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날 베어버릴 듯 서늘했다. 잠시 멈칫한 나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찾아 앉으려 했다. 전에는 늘 진서후와 나란히 앉았는데 이제는 부모님과 함께 앉아야 했다. 그때 지금껏 별 신경 쓰지 않던 진수혁이 손을 뻗어 내 팔을 살짝 잡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내 옆에 앉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앉자 진수혁이 얼굴을 살짝 돌렸다. 크리스털 조명 불빛 아래 그의 입체적인 이목구비가 더욱 뚜렷해 보였다. 급하게 온 탓인지 진수혁은 여전히 검은 셔츠 차림이었다. “퇴근하고 왜 안 기다렸어? 나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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