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나는 갑자기 어제 진수혁이 내가 웃어서 따라서 웃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바로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성다예가 기뻐하니까 나도 따라서 기뻐하는 것처럼?’ 성다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한마디 했다. “새 휴대폰이 생겼다지만 그래도 좀 속상해. 얼마나 힘들게 서영이가 체대생이랑 호텔에 간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아쉬워. 언제 또 그런 사진을 찍을 기회가 생길지.” 이 얘기가 나오자 나도 좀 걱정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증거를 확보해야 해. 아니면 서영이가 먼저 우리한테 시비 걸 수도 있어.’ 성다예와 좁은 골목을 지나는데 몇몇 문신 청년들이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갑자기 흥분하더니 건방진 모습으로 다가와서 거칠게 우리 옷을 잡아당기며 골목 안으로 끌고 가려 했다. “뭐 하는 거야.” “아무도 없어요? 사람 살려요.” “거기 누구 없어요?” 몇 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입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 깡패들이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뭐라 지껄이는 거야. 한 번만 더 지껄였다간 혀를 모조리 잘라버릴 거야.” 나는 밝은 대낮에 이 깡패들이 이렇게 배짱이 두둑할 줄 몰랐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나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성다예는 먼저 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내 앞을 막으며 허리를 쭉 펴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를 그냥 놔주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아무 일 없던 걸로 해줄게.” 깡패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이 바닥에서 누구를 무서워한 적 없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나랑 성다예를 한 번 훑어보고는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 둘, 뒤에서 험담하는 걸 특히 좋아한다며. 맞아?” 그 말에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어디서 들었어? 우리는 모르는 사이잖아.” “어디서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것만 기억해둬. 서영이는 내 동생 같은 사람이야. 한 번만 더 서영이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 수도 있어.” 그들은 주먹을 꽉 쥐면서 끄드득 소리를 냈다. 나는 그제야 신서영이 시킨 일이라는 걸 깨달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