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그럼... 얼음주머니 가져다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말을 마치고 나는 서둘러 부엌으로 달려가 벽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는 여전히 텅 비어 있었지만 조금 전의 키스가 계속 떠올랐다.
‘아, 정말 죽고 싶어... 어떻게 이렇게 부주의할 수 있었을까? 앞으로 진수혁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
벽에 기대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겨우 침착해졌고, 동시에 진수혁에게 얼음주머니를 가져다줘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나는 냉장고를 열고 얼음을 몇 개 꺼내 주머니에 담았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 진수혁은 이미 열에 몽롱해져 있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얼음주머니를 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물을 끓이고 약을 가져왔다.
이렇게 아픈데 약을 먹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었다.
그래서 진수혁이 먹기 싫다고 말해도 나는 그에게 먹여야만 했다.
“삼촌?”
나는 그의 팔을 살며시 흔들었다.
“어서 일어나세요. 약부터 드시고 주무세요.”
진수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 다급하게 뺨을 두드렸다.
“삼촌? 절 놀라게 하지 말아요.”
진수혁은 짧게 소리를 냈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매혹적이었다.
그제야 나는 안심하고 약을 그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삼촌, 입 벌리세요. 약 드셔야 해요.”
진수혁은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물고 고개를 저으며 아주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써... 싫어.”
처음에는 잘 듣지 못해서 귀를 가져다 댔다.
“삼촌, 뭐라고요? 제대로 못 들었어요.”
“약이 써서 먹기 싫어.”
알고 보니 진수혁도 약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
“삼촌, 약 다 드시면 사탕 사 드릴게요. 어때요?”
이 말을 하고 나니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 약이 쓰다고 생각할 때 부모님도 이렇게 나를 달래주셨었다.
나는 이런 방식이 어린아이들을 달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진수혁에게 먹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약속.”
그러고는 힘없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