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김원우는 위아래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하윤미를 싫증 나는 눈빛으로 흘겨보았다.
김원우의 얇은 입술이 느리게 움직이며 말했다.
“찾을 필요 없어. 지금 아프리카 초원에서 동물들의 대이동을 보고 계시니까.”
하윤미는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추었다.
“김태혁 아버님, 정연희 어머님께서 여행을 가셨다고요?”
그렇다면 대체 누구에게 가서 억울함을 호소해야 한단 말인가.
‘안 돼!’
하윤미는 당장 휴대폰를 꺼냈다.
“어쩐지 송서아가 이렇게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나 했더니 아버님 어머님이 댁에 안 계셨군요. 그럼 더더욱 아버님 어머님께 알려야죠.”
하윤미는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꼿꼿한 자세를 취했다.
송서아는 문득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송서아가 초등학교 시절에 사사건건 선생님께 일러바치던 반 아이들이 떠올랐다.
지금 하윤미의 모습은 그때 그 아이들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초등학생의 고자질에는 철없는 귀여움이라도 있었지만 하윤미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뿐더러 그저 남을 성가시게 하는 느낌만 남았다.
그래도 송서아는 아주 작은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송서아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이안이 누구에게나 그따위 말을 했더라도 뺨을 맞았을 것이다.
다만 송서아가 걱정하는 것은 김태혁과 정연희에게 소란을 끼치는 일이었다.
역지사지로 자신이 김태혁과 정연희라면 지금 세계를 여행하는 와중에 만 리 밖에서 전화를받아 아들의 며느리가 집안을 뒤집어 놓고 사람까지 때렸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분명 유쾌하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송서아가 짧게나마 하윤미를 겪어본 바로는 하윤미가 틀림없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일을 부풀릴 것이 뻔했다.
송서아는 살짝 불안한 기색으로 김원우를 쳐다보았다.
김원우는 송서아의 불안한 손을 덮어주며 송서아를 안심시키는 확고한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은 송서아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하윤미는 전화를 걸면서 김태혁과 정연희가 있는 곳이 낮인지 밤인지조차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
한 번 전화해도 받지 않자 하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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