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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흐릿한 조명 아래 복도의 모든 것이 애매모호한 분위기 속에서 위험하게 빛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심소희도 멍하니 서 있게 되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곧장 손을 들어 서현우의 뺨을 후려쳤다. “내가 정말로 경찰에 신고 안 할 줄 아는 거예요? 이번에는 김원우 씨 체면을 봐서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봐주지 않을 거예요!” 심소희는 이를 악물며 이 말을 내뱉은 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룸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송서아가 이미 돌아와 있었다. 심소희는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후 송서아에게 달려갔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애쓰며 송서아에게 물었다.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전화도 안 받더라?” 송서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어. 그냥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 좀 쐬었어.” 두 사람은 각자의 비밀스러운 생각을 품고 있었다. 심소희는 다소 고민했다. 조금 전 자신이 본 장면을 송서아에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이다. 그러나 송서아는 다른 생각에 빠졌다. 방금 본 그 장면에 대해 심소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이 비밀 연애를 하고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둘 다 상대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 어색한 공기를 깬 건 송서아의 핸드폰 진동 소리였다. 발신자는 바로 김원우였다. 송서아의 머릿속에 복도에서 보았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다른 여자의 품에 안겨 있던 그 모습에 이상하게도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룸 안은 시끄러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술 취한 김원우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서아야, 나 술 좀 마셨어.” 그의 말투는 평소보다 훨씬 느렸다. 송서아는 핸드폰을 손으로 가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적당히 마셔요.” 여하간에 많이 마시면 몸에 무리가 가니까 한 말이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서아야, 나 데리러 와줘. 우리 같이 집에 가자.” 이상하게도 송서아는 지금 김원우가 마치... 투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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